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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돈선필 ‹텅 빈 얼굴을 위한 연구›

취미가 토크 프로그램 ‹텅 빈 얼굴을 위한 연구›


하위문화를 의미하는 서브컬처의 사전적 정의와는 달리, ‘서브컬처’란 단어는 오타쿠 콘텐츠와 연결되어 이야기되곤 한다. 서브컬처는 주로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다양한 콘텐츠에서 파생된 작품들과 그것들을 양분 삼아 탄생하는 2차-3차 창작물까지 오늘날 그 범주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서브컬처라 불리는 장르의 대부분은 ‘서브’컬처라 부르기 모호한 상황이다. 마블 코믹스 원작의 헐리웃 영화가 지속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너드nerd들이나 즐기던 아메리칸 코믹스는 누구나 가볍게 즐기는 드라마가 되어있다. 미성년자들의 시간 때우기 놀이였던 비디오 게임은 미래지향의 산업 분야로 자신의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명작이라 불리는 만화는 반복적으로 자신을 복제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끝없이 양산한다.

서브컬처는 언제나 젊은이들을 위한 문화다. 메인 컬처에 비해 저렴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젊은이들의 생태와 언제나 연동되기 마련이다. 21세기가 20년 가까이 흐른 현시점에 90년대를 기점으로 서브컬처를 향유하고 소비하던 젊은이들은 사회의 주축인 세대로 변해있다. 소수의 개발자가 동아리처럼 시작했던 게임 제작사는 21세기에는 수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성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서브컬처가 메인컬처로 변모하고 거대한 산업의 흐름으로 진화하는 과정은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서브컬처에서 소수들이 사용하던 조형 언어, 비현실적 맥락, 기술적 문법이 메인 컬처로 사회에 수용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양태들이다.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히어로물의 전신 수트는 제법 현실적으로 번안되고 일본식 모에 캐릭터는 만화 캐릭터를 서술하는 당연한 기호가 되어 있다. 누군가가 일본식 미소녀 캐릭터를 보면서 ‘눈이 너무 커서 사람 같지 않다’라는 말을 한다면 시대의 언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늙은이의 재미없는 농담으로 치부될 것이다.

평범한 청년이 돌연변이 거미와 삼촌의 죽음을 계기로 히어로가 되는 스파이더맨의 서사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 없는 동시대의 셰익스피어 소설 같다. 올림픽 홍보를 위한 자리에 마리오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일본 총리의 모습에서 8비트 픽셀로 디자인된 게임 캐릭터는 더이상 소수를 대상으로하는 이미지가 아님을 확신하게 한다. 스트리트파이터를 플레이해본적이 없는 사람도 ‘아도겐’과 ‘어류겐’이라는 말을 알고 있고, 애니메이션에 관심없는 사람도 에반게리온을 좋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있다. 어떤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 마주하게되는 환경과 이미지가 그 사람을 형성하는 변수가 되듯이 서브컬처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세대들은 문화의 중심에서,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서브컬처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텅 빈 얼굴을 위한 연구>는 고도의 소비 지향 사회 속에서 "사물화"라 명명한 독특한 현상이 오늘날 현시대에 어떤 역할을 맡아오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과정이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미디어 산업의 주인공인 ‘캐릭터 or 캐라’는 표면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와 달리 한 시대의 언어와 관념을 구체적인 상태로 제시한 기호에 가깝다. 이 연구는 캐릭터의 모습을 입구 삼아 동시대 산업 속에 숨겨진 비평의 지점을 분석하고 미술의 시점에서 확장된 논의를 시도하고자 한다. 실사화 영화를 통한 캐릭터와 캐라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속에 숨겨진 사물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나의 캐릭터, 하나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얼굴’과 그것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본다.


*실사화 영화, 코믹스와 망가, 캐릭터와 캐라キャラ, 사물화현상, 피규어와 특촬(특수촬영물), 캐릭터의 얼굴과 해상도, 버츄얼 유튜버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돈선필   donfeeel@gmail.com

1984년생. 서울에서 미술을 하며 지내고 있다. 96년 겨울, 깜짝 선물로 받게 된 플레이스테이션 덕분에 콘솔 게이머로 청소년기를 보낸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시작될 때쯤 어쩌다 알게 된 피규어에 흥미를 느끼며 소박한 수집가의 삶을 보내게 된다. 30대가 되고 나서야 변덕스러운 관심사 속에서 끝까지 생존해 있던 피규어란 대상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지난 시간과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는 중이다.


> 토크 진행자: 돈선필
> 날짜: 2019년 4월 19일 (금요일)
> 시간: 7pm
> 장소: 취미가 1F.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7길 96 101호 
> 참가비: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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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을 위한 사진 촬영이 있을 예정입니다. 촬영을 원치 않으시면 토크 시작 전 스탭에게 알려주세요.